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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즐거움

(국내여행)3월의 동해바다 포항여행 (feat. 블루밍 카라반)

by 낭만있는삶 2024. 4. 3.

(국내여행) 포항 블루밍 카라반의 기억.

 

즉흥적인 여행이나 계획된 여행, 둘 다 매우 좋아하는데 몇 년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지만 여자친구가 없는 관계로 도저히 갈 수 없었던 곳이 있다.

 

하지만 올해 1월, 운이 좋게도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과 연애를 하게 되는 내 인생에 믿지 못할 이벤트가 생겼다.

 

벼루고 벼루던 곳을 드디어 갈 수 있게 되었다. 회사 지인의 소개로 검색 해 보게 된 포항 블루밍 카라반... 사진을 보자마자 빠져 들었었고 여자친구가 생기면 꼭 가보겠다고 몇 년을 상상하고 시뮬레이션해오던 곳을 마침내 가게 되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온 3월 8일 금요일.

토요일은 가격이 매우 비싸서 금요일로 예약을 하고 각자 회사에 오후 반차를 내고 출발하기 전 장을 보러 갔다.

 

여행 전 장보기

여행 가기전의 공항이나 마트는 항상 설렌다.

 

고기는 따로 준비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마트에서 장을 다 본 후 정육백화점에서 샀는데 스테이크용 안심과 삼겹살, 목살을 사려는데 제일 양이 적은 고기가 700g이라니... 소시지, 그리고 포항시장에 가서 과메기와 가리비를 살 예정이었던 우리는 당황했지만 그래도 모자란 것보단 남는 게 낫다며 어떻게든 먹을 거라고 여자친구를 설득해 1kg 정도 되는 고기를 싣고 드디어 포항으로 출발한다.

 

포항 블루밍 카라반 입구
포항 블루밍 카라반 초입

드디어 도착한 포항 블루밍 카라반 입구.

 

예약을 하면 예약일 하루 이틀 전 블루밍에서 차량 번호를 물어보는 문자가 온다.

거기 차량 번호를 찍어 주면 블루밍 입구 들어갈 때 있는 차단기에 미리 등록을 해주셔서 자동으로 출입이 가능하다.

 

차단기를 통과한 후 내리막을 내려가 우측으로 꺾는 순간 탁 트인 바다와 바닷가 바로 앞에 놓인 카라반이 평일에 반차를 쓰고 이른 오후에 여행 온 설레는 마음을 한층 더 들뜨게 만들었다.

 

짐을 먼저 풀어놓고 시장을 다녀오기 위해 입구에 있는 매점에서 사장님께 키를 받아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깨끗한 동해바다와 그걸 방에서 몇 발 안 되는 거리로 볼 수 있는 뷰가 너무 좋아 웃음이 나왔다.

 

포항 블루밍 카라반 여자친구
포항 블루밍 카라반 침실
침실 풍경과 여자친구의 인생샷 요청

풍경이 너무 예뻐서 시장에 가기 전 사진만 수십 장은 찍은 듯하다.

제법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점심도 먹지 않은 우리는 배고픔에 지쳐 사진은 나중에 더 찍기로 하고 구룡포 시장으로 빠르게 출발했다.

 

구룡포 시장
구룡포 시장 과메기
포항 구룡포시장.

배고픔에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던 우리는 처음 와본 구룡포 시장이지만 여기 어딜 가도 어차피 다 똑같다며 들어가자마자 눈에 보이는 가게에서 과메기 야채세트 소, 가리비 2만 원어치를 산 후 시장 구경 따윈 사치라며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블루밍으로 다시 출발했다.

 

평소 요리를 해본 기억이 계란프라이와 라면밖에 없던 나지만 이번 인연은 너무나 마음에 드는 관계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안심 스테이크를 해보겠노라고 선언을 하고 며칠을 블로그 등을 보며 안심 스테이크 맛있게 굽는 법을 시뮬레이션해왔다.

 

01
과메기 한상 차림

 

내가 스테이크를 굽는 동안 여자친구가 과메기와 상을 세팅한 후 고기를 굽는 나에게 노동주를 한잔 주며 과메기 쌈을 하나 먹여주는데 배가 너무 고픈 탓도 있었겠지만 부산에서 먹어왔던 과메기와는 뭔가 다르다. 좋은 사람과 좋은 곳에 와서 먹는 첫끼라 그런가? 아무튼 너무나 꿀맛이다. 그렇게 몇 점을 받아먹고 완성된 스테이크!

 

안심 스테이크
너무 많이 익혀진 생에 처음 도전한 스테이크.

망했다... 속은 미디엄레어로 표현하고 싶었지만 버터를 끼얹는 시간이 길어 너무 많이 익었다.

처음 해보는 요리다운 요리지만 수많은 시뮬레이션으로 자만했던 게 부끄러워진다.

한입 먹은 여자친구가 정성이 기특했는지 너무 맛있다고 한껏 오버를 떨어주니 멍청하게도 기분이 좋아진다.

와인과 함께 스테이크를 먹은 후 과메기와 소주를 홀짝홀짝하다가 본격적인 바비큐를 시작해 본다.

 

구룡포 시장 가리비
캠핑 소시지
캠핑 바베큐
나만 먹은 바베큐와 배부른 여자친구

여자친구가 배가 너무 부르다는 관계로(먹은 것도 얼마 없지만) 삼겹살 4줄 중 1줄만 굽고 목살은 꺼내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어둑해져 가는 동해바다 풍경을 보며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고 감성에 젖고 술에 젖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밤이 됐다.

 

씻고 커플 잠옷을 입고 2차전을 준비하자며 여자친구가 먼저 씻고 나온 후 내가 샤워를 하려는데 아무리 조절을 해도 따듯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

나 - 자기야 따듯한 물 안 나왔어?

민꿀 - 아니 잘 나오던데?

예약할 때 얼핏 봤던 문구가 떠오른다. 따듯한 물은 용량이 정해져 있다. 다시 데우는데 1시간가량 소요된다.

사나이 인생에 이 정도 난관은 어렵지 않다. 벌벌 떨며 그냥 찬물로 샤워했다.

 

캠핑 2차전 마무리 비빔면 맥주
샤워 후 방안에서의 2차전

샤워를 하고 나와서 개운한 상태로 남은 상추를 털어 넣은 비빔면을 만들고 맥주를 또 털어 넣는다.

하지만 배가 곧 터지기 일보직전인 우리는 도저히 못 먹겠다를 외치며 침대에 누웠다. (먹고 바로 눕기)

 

잠들기 전 들리는 파도소리와 천장에 조그만 창으로 보이는 쏟아질듯한 별은 너무도 아늑한 분위기에 꿀잠을 도와 주웠다.

 

포항 동해바다 M3
포항 동해바다 일출
포항 블루밍 카라반 일출
방에서 본 일출과 컵라면 사러 가는 길

 

아침 6시. 여자친구는 아직 세상모르고 꿈나라지만 나는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에 몸을 일으켜 어제 전투의 흔적들을 정리하고 해가 뜰 때쯤 깨워 일출을 보며 또 사진을 찍어 주고 아침에 내가 해주려고 했던 부대찌개는 도저히 배가 불러서 못 먹겠다는 여자친구(어제 스테이크 때문에 못 미더웠던 것 같기도..)의 해장을 위해 컵라면과 커피를 사 와서 먹였다. 먹고 또 눕는다.

 

그렇게 뒹굴 거리다 퇴실 시간 30분 전까지 뒹굴거리다 매점에 계신 사장님께 키를 반납하러 가니 어제 많이 드셨으니 드세요 하시며 헛개차를 두 개 주셨다. 밤에 소주를 추가로 사러 간 것 때문에 아셨나 보다.

 

몇 년 간 가보고 싶어 했던 블루밍 카라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분위기 있고 낭만 있던 하루가 됐다.

 

다음에 꼭 다시 한번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여자친구와 함께.